[정원일기] 06-21-20 6월 말의 정원일, 정원수 트리밍, 6월의 꽃들 feat. 장미, 수국, 릴리, 도라지꽃, 델피늄

2020. 6. 23. 00:39정원일기

[정원일기] 06-21-20 6월 말의 정원일, 정원수 트리밍, 6월의 꽃들 feat. 장미, 수국, 릴리, 도라지꽃, 델피늄  

 

주말 내내 집콕이다보니 올해는 정원일을 일부러 찾아하다시피 하고있습니다. 

평소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일년에 겨우 한번 하는 트리밍이지만, 올해는 벌써 두어번째 홀리랑, 박스우드, 노란잎 사이프러스를 동그랗게 다듬고 있습니다.

비포 & 애프터

 

Barberry도 다듬어 주고 - 오래된 커튼을 깔고 다듬어주면 일일이 줍지 않아도 되니 뒷처리가 훨씬 편합니다. 

 

앞마당 큰 Barberry랑 Burning Bush도 다듬어 주었습니다. 

 

말끔한 모습. 어쩌다 보니 이 날은 처음으로 남편 머리도 다듬어주었네요. 평소에 가드닝 덕분인지 의외로 괜찮게 잘라서 스스로 깜짝 놀랐다는ㅎㅎ

 

요즘 사람들이 적게 돌어다녀서 그런지 매가 매일 보입니다. 집 근처 어딘가에 둥지를 튼 모양인데, 저희집에 매일 밥을 먹으러 오는 길고양이가 이 매에게 쫒겨 혼비백산 달아나고 있었습니다. 놀라서 매를 쫓아보려고 했지만 집요하게 몇 번을 쫒아다니더군요. 아침저녁으로 밥을 먹으러 오는 녀석인데 저녁이 다 되도록 오질 않아 마음을 엄청 졸였습니다.

지붕위의 매남작님

다행히 해가 질 무렵에 여느때와 같은 모습으로 이렇게 나타났네요.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우리 집에 몇개월째 오면서도 문만 열면 멀찌기 도망가는 무정한 녀석이라 미울때도 많았는데 그냥 얼굴 비추어 주고 밥 잘 먹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작년에 봉숭아를 심어 길렀을 때 허밍버드가 매일 찾아와서 꿀을 먹는 것을 보고 올해도 봉숭아를 심었습니다 (좌). 올해는 허밍버드가 떠날때까지 꽃을 따지 않고 시든 꽃만 딸 계획입니다. 늦여름, 가을에 볼 코스모스 씨앗과(우)

 

향이 너무 좋은 스윗 피 (Sweet Pea)도 조금 늦은감이 있긴 하지만 심었습니다(좌).

한국마트에서 사와 먹고 나온 참외씨도 아이들이 재미삼아 심었는데 이렇게 실한 싹이 올라오고 있습니다(우). 집에 스컹크, 파썸, 토끼들이 자주 출몰하다보니 옮겨심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아직 옮겨심어줄 수가 없네요. 과연 열매를 볼 수 있을지..

 

철쭉, 작약, 서양철쭉이 지고나면 이제 장미의 차례입니다. 이른봄에 가지치기한 보람이 있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름꽃의 대명사 수국도 종류별로 피고 있습니다.

Hydrangea arborescens 'Mini Mauvette' 작년 가을에 화원에서 마지막 세일 할때 데려온 아이인데, 반년만에 이렇게 꽃을 많이 피웠습니다. 역시 적응속도는 화분 크기에 비례하나요..

 

Hydrangea arborescens 'Annabelle'. 3년 전에 손바닥보다 작은 아이를 인터넷 주문해서 심었는데 이렇게 거대하게 자랐습니다. 9살 둘째랑 이름이 같아서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제 딸램보다 키가 커졌네요. 시간은 걸리지만 작은 식물을 사서 이렇게 크게 키우는 것도 꽤 보람이 있습니다.  꽃잎을 펴기 전엔 녹색이고, 피고나면 점점 하얘지는 탐스러운 꽃송이가 매력 포인트입니다.

 

Hydrangea macrophylla 'Endless Summer'. 한 개체인데도 분홍빛, 파란빛 꽃이 섞여 피어 더 매력적입니다.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산수국의 일종인 Hydrangea serrata 'Blue Billow'도 은은한 꽃을 피웠습니다.

 

알록달록 릴리들도 한창입니다.

 

꼬마 도라지꽃

 

델피늄  Delphinium grandiflorum  'Blue Butterfly'. 꽃대가 크고 화려한 Delphinium cultorum 계열보다 키가 작고 섬세한 꽃을 피웁니다. 작년에 화분에서 키우다 아직도 자리를 못찾아줘서 또 화분에서 여름을 날 듯 합니다.

 

심은지 일년된 블랙베리도 이제 조금씩 열매를 맺기 시작합니다. 

정원일은 당장은 티가 나지 않지만 꾸준히 돌보다 보면 2년 3년 후에나 차이를 보여줍니다. 꼭 아이들 기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그릴에서 남편이 주말 식사를 도맡아 해줍니다. 덕분에 저는 주말 내내 삽들고, 여기저기 실컷 파고 다닐 수 있어 행복합니다. 집에서 제 별명이 더두지라는ㅋㅋ 한국말이 서툴었던 딸이 두더지를 몰라서 더두지라고 했던 게 이제 제 별명이 되었네요.

 

사과쥬스, 와인 한잔씩 하자니 큰딸이 정원에 있는 꽃으로 와인 참(charm)을 만들어 주었네요. 

나중에 손님들이 올 때도 이렇게 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6월 말의 평화로운 주말은 주중 내내 집에서 즐길 꽃꽃이로 마무리. 아침 일찍 일어나 일하러 갈 걸 생각하니 주말이 다 가버린게 아쉽지만, 그렇게 자유가 없는 시간이 있기에 주말이 더 즐겁고 소중하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