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1. 02:03ㆍ정원일기
[정원일기] 5/2/2016 - 진딧물 잡는 무당벌레 주문
일주일 전쯤 보니 장미에 진딧물이 잔뜩 생겼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만 하다 자기 전에 구글해보니 여러 방법이 나온다.
비옥하고 건강한 내 마당에 약을 치는 건 모든 방법이 통하지 않았을 때 가장 나중에 해야할 것이고 일단 가장 원초적인 방법부터 시도해 보기로 했다. 뭐든 얼른 수를 써야한다는 생각, 이 시각에도 진딧물들이 내 장미를 뜯어 먹고 있을 생각을 하니 새벽에 절로 눈이 떠졌다. 남편, 딸래미 도시락 쌀때는 알람 울리기 전에 일어나 본 적이 없는 나였는데, 장미때문에 새벽 6시에 일어나 쭈그리고 앉아 이쑤시개로 진딧물을 잡고 있다니.. 남편이 일어나 이쑤시개질 하고 있는 퀭한 내 얼굴을 보며 말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기를 며칠.. 친구한테 하소연을 하니 친구가 박장대소를 한다. 이쑤시개 들고 울상을 하며 진딧물을 잡고 있을 내 생각을 하니 너무 웃긴단다. 그러지 말고 무당벌레를 사란다. 무당벌레가 해충 잡는데 좋은 건 알지만 사라니? 대체 어떻게? 친구가 친절히 Live ladybugs로 검색을 하니 정말 파는 곳이 나온다ㅋ
1500마리에 6불, 배송비 6불, 배송은 5일이 걸린단다. 배송날까지 버틸일을 생각하니 막막해서 홀푸드 간김에 정신 나간 척 하고 한 번 물어보고, Lowe's, Home Depot에서 혹시 팔까 싶어 전화를 해봤지만 세상에 그런걸 파는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결국 토요일까지 내가 가진 최강의 무기, 이쑤시개와 티슈로 버티다가 드디어 무당벌레들이 도착했다.
박스에도 숨구멍이 몇 개 나있고, 열면 이렇게 그물망에 들어있다.
요 회사는 무당벌레 외에도 온갖 곤충이랑 지렁이까지 배달해준다. 작은 책자가 들어있어서 보다가 화들짝!ㅋㅋ
가만히 두면 잘 움직이지 않아서 다 죽었나 했는데 살살 흔들어 보니 거의다 움직이고 있다.
어제 오늘 비가 와서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가 오늘 오후에 드디어 열었다.
원래는 새벽이나 해질녘이 좋다는데 날씨가 그리 덥지 않고 내일도 모레도 비 예보라 급한대로 그냥 낮에 열기로 했다.
그물을 다 열지 않고 귀퉁이만 조금 잘라서 열었다. 나오자마자 윙윙 날아가 버릴까 걱정이었는데, 얘들이 교육을 잘 받았는지 줄을 서서 걸어 나온다ㅋㅋ
진딧물 보이는 곳마다 가까이 대어주니 잘 기어 올라간다. 그리고 진짜로 진딧물을 잡는다! 야호!
활발하게 움직이는 아이들도 있고, 좀 지쳐보이는 애들도 있긴 하지만, 며칠 차타고 갇혀왔을 걸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장미나무가 15그루 정도 되는데 골고루 놓아주었다.
이렇게 보니 숨은그림찾기 같다. 이 사진에 무당벌레는 몇 마리일까요?ㅋㅋ
내일 아침엔 몇 마리나 남아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효과가 얼마나 있을 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든든한 지원군이 생겨서 너무 좋다. 멀리 가지 말고 오래오래 우리집에 살아주렴~
뿌듯한 마음으로 마당 한바퀴 둘러보기..
삐죽삐죽 잎이 나오던 아이들은 Hosta. 처음엔 꽃도 화려하지 않은데 왜케 사람들이 좋아하나 했는데 볼수록 잎이 참 싱그럽고 예쁘다.
잎이 좀 작고 무늬가 있는 것도 있던데 몇 개 사다 같이 심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네ㅎㅎ
산발이 되어가고 있는 너희들은 대체 언제 꽃이 필거니~
잎만 너무 무성하게 자라는 것 같아서 꽃피우는데 좋다는 비료를 주문해봤다.
얘네도 너무 빽빽해서 나중에 좀 나눠 심어줘야 할 것 같은데 과연 할 수 있을지..
김양의 꽃망울은 더 진해졌지만 아직 꽃을 피울 생각은 없으신 듯 하고..
클레마티스도 쭉쭉 잘 자라고 있는데 꽃은 안맺히는 걸로 보아 group 2나 3 클레마티스인 듯.
그리고 신원미상이었던 나무 하나, 잎을 피우고 있는 중이라 이제 누군지 알아내야 할 것 같다.
가지가 너무 중구난방으로 나 있어서 가을엔 프루닝도 많이 해줘야 할 것 같고ㅎㅎ
앞마당에 American dogwood가 져갈 무렵, 뒷마당에 Kousa dogwood가 꽃을 피우려 대기 중이다.
Kousa Dogwood는 아시아가 원산지이고 잎이 먼저 나온 후에 꽃잎이 생기는데 처음엔 이렇게 녹색이다가 나중에 커지면서 흰색이 되는데 정말 단아하고 예쁘다. 기대기대~~
그리고 친구랑 카톡하다가 파 뿌리부분을 잘라 심으면 잘 자란다고 해서 오늘 육개장 끓이면서 초록부분만 쓰고 뿌리쪽은 남겼다가 심음. 사실 지렁이가 무서워서 남편보고 심어달라했더니 저렇게 대충 꽂아만 놓았네ㅠㅠ 꾹꾹 눌러줘야징!!
무당벌레들이 와서 뿌듯했던 오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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