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어찌 알고 앞다투어 찾아와 따먹는다. 잘 익으면 잼 담글려고 했는데 과연 남아있는 게 있을지ㅎㅎ
덕분에 새 구경은 원없이 한다.
종달새, 참새, 박새,
엄청 열심히 마당을 누비며 걸어다니는 까만새랑
빨간 깃이 너무 예쁜 Cardinal도 아무때나 볼 수 있다.
요즘 매일 일과는 진 꽃을 잘라주거나 손으로 따주는 것이다.
아마 지금이 일년 중 우리집에 꽃이 가장 많은 시기일 것 같은데, 그 꽃들이 지고 나면 deadheading을 해줘야 된다. 한국말로 하면 진 꽃 따주기..
굳이 안해줘도 내년에 필 꽃은 또 피겠지만, 시간만 있다면 해주는 것이 좋다.
이유는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아주 간단하다. 식물의 인생 목표는 씨를 남겨 번식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고 즐거워 하는 꽃은 결국 씨를 만들수 있도록 수정을 도와줄 곤충을 유인하는 수단이고, 무엇보다 씨앗을 만드는 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수정이 되면 아름답던 꽃잎은 제 할일을 다 했으니 버리고, 씨앗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이 때 시든 꽃을 따주면 씨앗으로 에너지가 집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식물 자체로 가는 에너지가 많아지기 때문에 더 건강한 개체로 자랄 수 있다.
장미를 제외한 보통 관목이나 나무는 시든 꽃을 따준다고 해도 새로 꽃을 피우진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한해살이 식물은 겨울이 되기 전에 씨앗을 맺지 않으면 다음 생을 살 수 없기 때문에 다시 또 꽃을 피운다.
사람들은 그것을 이용해서 예쁜 꽃을 오래 보기 위해 꽃이 지면 자꾸만 따준다.
피튜니아, 제라늄 등 월동을 하지 못하는 식물들은 수시로 들여다 보고 꽃을 따주고, 웃자랐을 때는 줄기를 짧게 잘라주면 여름 내내 꽃을 피운다.
왼쪽은 deadhdeading의 잘못된 예
오른쪽은 잘 된 예(피튜니아)
시든 꽃잎은 누가 스치거나 바람만 불어도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씨는 익기 전에 떨어지면 안된다. 그럼 다음 생을 살 수가 없다. 그러니 꽃받침이랑 줄기에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한다.
진 꽃을 따줄 때 꼭 따줘야 하는 것은 꽃잎이 아니라 바로 이 부분들이다..
일반적으로 진 꽃을 따줄때는 시든 꽃이 달린 줄기를 따라 내려가다가 잎을 만나는 바로 위를 잘라주면 된다.
장미
붓꽃(아이리스)은 꽃대가 거의 1미터 가까이나 된다.
진달래과 Rhododendron은 꽃 밑에 새 잎이 나오는 바로 위를 손가락으로 잡고 살짝 구부리면 쉽게 떨어진다.
가위로 자른 것보다 더 깔끔하게 잘 된다.
미스김 라일락은 한 줄기에서 꽃대가 두개씩 올라오는데 두 갈래로 갈라지는 바로 아래를 가위로 잘라주면 된다.
위의 Rhododendron이나 라일락의 경우, 늦봄 꽃이 지고 난 후에 내년에 필 꽃을 올해 미리 준비하기 때문에 너무 늦게 deadheading을 하면 내년에 자랄 꽃눈을 잘라 낼 위험이 있다. 따라서 Shrub의 경우에는 꽃이 진 직후에 deadheading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잘라낸 라일락 꽃
베고니아 씨주머니는 이렇게 생겼다.
꽃도 예쁘지만 씨주머니도 식물마다 제각각 다른 것이 예쁘다.
철쭉은 굳이 씨를 없애주지 않아도 되지만, 작년에 만들어진 씨주머니를 여태 붙들고 있는 녀석이 있어 좀 떼주었다.
올해 꽃 하나도 안피우고 일케 비실비실한 녀석이니 씨라도 떼주면 좀 잘 자랄까 싶어..
옆에 다른 철쭉은 마지막인 것 같은 꽃 한송이를 탐스럽게 피웠다.
너도 이대로 헤어지기가 아쉬웠구나..
꽃을 더 오래 보고 싶어서 deadheading을 해주기는 하지만, 인간은 잔인하고 식물은 그런줄도 모르고 최선을 다해 산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식물을 이용하지 않고 살자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식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살아야하지 않을까..
어릴 때는 별 생각없이 읽었던 '아낌 없이 주는 나무'라는 책.
지금은 읽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 부모가 되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늙어서 그런 마음이 생기는 건지 그건 정확히 모르곘다.
해주는 것도 없는데 항상 너무 많은 것을 우리에게 주는 자연. 대자연 어머니, Mother Nature 이런 말은 누가 지었는지.. 자식에게 다 주고싶은 부모의 마음이 자연과 닮았다. 하지만 우리는 내 자식에게만 다 주는 반면, 자연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가리지 않고 아낌 없이 주며 근본적으로 우리의 존재를 가능하게 해준다.
시든 꽃 따주다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되돌아 보고 감사하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