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1. 04:14ㆍ정원일기
정원일기] 7/11/2016 잡초전쟁
초봄,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랑 다람쥐가 묻어놓고 잊어버린 도토리들에서 난 싹과 1차대을 치른후. 간간히 꽃구경 하며 오갈때만 뽑아주면 될 정도로 냉전중이다가, 여름이 되니 풀싹들과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래.. 언젠가는 결국 너희들이 이길 줄 나도 안다. 나는 뽑다뽑다 지쳐 제초제를 사오거나, 그냥 너희들이 마당에 가득하던 말던 내버려 두겠지.. 하지만 적어도 오늘이 그 날은 아니다. 날 아는 사람들은 한번쯤은 꼭 물어볼 정도로 내 피부가 까매지고, 옷이 비 맞은 듯 땀에 젖을지라도 지금은 포기하지 않을테다.
작은 클로버는 쑥쑥 뽑혀서 좋은데, 민들레는 잎은 몇개 안되는데도 뿌리가 깊어서 뾰족한 걸로 파내지 않으면 금방 다시 올라오곤 한다. 민들레 제거용 도구도 판다는데 사야될려나ㅠ
쑥은 뿌리가 깊진 않은데 땅속줄기처럼 길게 뻗어있고 거기서 새 싹이 올라오기 때문에 다시 금방금방 자라난다. 뽑아서 버리느니 먹어볼까도 했는데 웬지 미국쑥은 맛 없을 거 같고 영 손이 안가네..
개중엔 부러 남겨놓았더니 파랗디 파란 예쁜 꽃을 피워준 달개비도 있긴 하지만,
잠깐 방치하면 금새 나무가 되려는 녀석들도 있다. 그늘에서도 어쩜 이리 잘 자라주시는지..
얘도 뭔가 싶어 그냥 나둬봤더니 금새 나무가 되었다. 120센티는 족히 될 듯.
뭔지 모르게 요상한 열매도 맺어놓고..
줄기가 어찌나 튼튼한지 정원가위로 안돼서 lopper로 잘라줌.
얘는 그나마 씨도 천천히 맺고, 뿌리가 쑥쑥 잘 뽑혀서 나름 총애하는 잡초.
그래도 이렇게 많이 나주실 필요는ㅜㅜ
이놈들은 언뜻보면 잔디같지만, 잔디보다 엄청 빨리 자라고 뿌리도 완전 풀뿌리에다 꽃도 금방 피운다.
잔디에 섞여있으면 잘 보이지도 않고 보일정도로 크면 뽑히지가 않으니 제일 골칫거리다.
삽으로 열심히 파가며 뽑아주기. 헥헥..
오늘 아침 일어나 제일 먼저 한 것은 벽돌로된 인도 사이사이 잡초 제거.
지난 번에 조금 하다 말았더니 얘들이 이제 제대로 시즌을 맞았는지 꽃피고 씨맺고.. 더는 미룰 수 없다. 다른 곳으로 퍼지기 전에 얼른 뽑아내야지.
막상 뽑아놓으면 얼마 안되는 양이지만, 한 잡초당 100개는 족히 씨를 맺을테니 오늘 1000개를 뽑았다 치면 십만개의 잠재적인 잡초를 제거한 셈이다.
뿌듯하도다ㅎㅎ
현관문쪽 겨우 끝내놓고, 물 한잔 마시고,
뒷마당쪽 입구 시작. 이왕 맘 먹었으니 하는데까지 해보자!!
벽돌 사이 조그만 틈에서도 이렇게 많은 초록이들이 자랄 수 있다니 참 놀랍고 신비하다.
아니지..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지... 정신 차리고 얘들이 씨를 사방으로 흩뿌리기 전에 뽑아야 된다구!
제거 후
틈을 딴 걸로 메꾸지 않으면 다시 잡초밭이 되겠지만, 여튼 오늘은 말끔!!
손가락에 물집 잡히고 손도 너무 아프고.. 펜스 안쪽은 큰 잡초만 제거하고 이끼는 놔두기로 했다.
다 끝낸 줄 알고 도구 집어 넣으러 창고에 들어가려니 똬!!
이 앞에 또 한참 있네. 몰라몰라 오늘은 더는
다 끝낸 줄 알고 도구 집어 넣으러 창고에 들어가려니 똬!!
이 앞에 또 한참 있네. 몰라몰라 오늘은 더는 못햬!!
끝도 없고, 지루하고 외로운 잡초와의 전쟁이었지만 가끔 놀러와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힘이 나기도 하는데,
까먹은 도토리 마저 파먹으러 온 다람쥐랑
올해 처음 만난 토끼도 사진 찍는다고 쫓아 다니고ㅎㅎ
아침 먹고 잡초뽑고 동물들이랑 술래잡기 하다보니 벌써 2시!!
애들 얼른 밥 먹이고, 오후에는 살살 둘러보기..아침에 육수를 너무 빼서 힘이 없음ㅋㅋ
파랑 깻잎은 해주는 것이 없어도 쑥쑥 잘도 자란다. 부추는 더디지만 병없이 자라고 있고, 한국 고추도 슬슬 꽃을 피우긴 하는데 정말 뭐가 열릴지는 모르겠다.
고수는 꽃피우고 귀여운 열매까지 맺었으니 뽑아주고..
바질도 꽃이 만발ㅎㅎ
초록 상추도 진즉 가고, 다른 애들도 너무 더워서 그런지 그만 살 생각만 하니 섭섭..
그나마 아직 딸기는 딸램들 하루에 하나씩 먹을 정도는 열리는 중.. 너까지 가면ㅜㅜ
현관문 앞 펠라고니움은 키가 길어지니 꽃은 작아져서 짧게 잘라줘야 되는데, 막상 꽃이 달려있으니 짧게 잘라주긴 아까워서 꽃이 시든 줄기들만 수시로 잘라주기로..
하는 김에 시든 꽃, 시든 잎 따주기..
Alyssum도 너무 길어져서 짧게 잘라줘야 되는데 아까워서 못 자르고
꽃 시든 줄기만 잎 바로 위까지 잘라주기..
남편이랑 싸웠다든가, 밖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다든가.. 그런 날은 맘이 독하게 먹어지려나ㅎㅎ
Phlox는 꽃도 더는 안피고 잎도 누렇게 죽어가길래 한달 전쯤 1/3 정도 잘라내주니 다시 푸릇푸릇하게 자라기 시작. 열심히 자라서 내년 봄엔 다 뒤덮어 주렴.
아프리칸 데이지도 제일 조그만 팟을 사다 심었는데 처음에 한 10배는 자란듯. 꾸준한 데드헤딩의 놀라운 결과다. 한여름 더위를 싫어해서 지금은 꽃대가 많이 올라오지 않는데 저렇게 잘 자라고 있으니 가을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장미도 다시 꽃을 피기 시작하고 있고..
저런 에너지가 다 어디서 오는지..
봄에 프루닝해준 나무수국도 드!디!어! 꽃대가 올라오고 있다.
그때 경험이 없었던 나머지 너무 살살 프루닝주는 바람에 가지가 밑으로 많이 내려와 있어서 혹시 끊어지진 않을까 걱정이.. 꽃 지면 좀 잘라내고, 내년 봄엔 올해보다 훨~씬 혹독하게 잘라줘야 할 듯.
꽃바구니도 이제 점점 시들어 가는 듯..
뭣 모르고 코스코에서 사다 심은 알뿌리 베고니아는 영 잎만 무성하고, 꽃은 피는 족족 벌레가 먹어버려서 내년에는 안 심을 듯.
Coral bells도 안개꽃같은 예쁜 꽃을 피우고..
Coral bells도 안개꽃같은 예쁜 꽃을 피우고..
Hosta도 보라색 예쁜 꽃을 피우고..
장미가 지고 -다시 올라오는 중이지만- 온통 초록색이라 며칠 전에 Impatiens를 사다 심었다.
화원에 갔더니 하나에 천원씩 하길래 냉큼ㅎㅎ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아이들이니 여름내내 꽃을 피워주길~
차에 싣고 오는데 무당벌레가 있어서 차 세우고 찰칵. 5월에 내가 풀어준 녀석 중 하나일지도ㅎㅎ
코스모스도 사다 심어봤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잘 자라면 내년엔 씨를 사다 심어야지..
그늘지고 촉촉한 곳이 있다면 베고니아가 최고인듯.
잘 보면 철쭉 그늘 밑에 있는 아이들이 젤 크게 잘 자라고 있다.
햇볕이 많이 드는 쪽은 잎도 노랗고 작다.
밝은 색 잎에 흰 꽃이 참 싱그럽다.
새로 나는 꽃은 하트~ㅎㅎ
데드해딩해주며 떨어진 꽃이 아까워 담아 놓고 마무리..
딸램들은 풀에서 실컷 놀고, 며칠 전 매단 해먹에서 그네 타고 노는 중.
방학이라고 원없이 노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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