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일기] 12/27/2016

2019. 2. 1. 07:04정원일기

[정원일기] 12/27/2016 

 

11월 중순 여행,  11월 말 땡스기빙, 12월 크리스마스를 보내느라 맘 잡고 정원관리 할 틈도 없이 한겨울에 성큼 들어서 버렸다. 11월 초까지 트리밍 다 끝내고 낙엽도 정리하겠다는 계획은 결국 다 마무리 하지 못해, 내년 초봄에 해야할 일로 고소란히 남아버렸다.

 

11월 20일, 여행에서 돌아오니 집 앞은 아직 남은 단풍으로 알록달록하다. 

 

불타는 것마냥 정말 붉게 물드는 Burning Bush.  해를 많이 보는 쪽에 있을수록 더 진하게 물든다.

 

Barberry도 주홍빛으로 물들었고..

 

조팝나무 Spirea 'Little Princess' 도 예쁜 가을 색을 뽐낸다. 

봄부터 가을까지 수차례 모습을 바꾸어가며 예쁘지 않은 시간이 없는 고마운 나무다.

 

나무수국 Hydrangea Paniculata 'Tardiva'도 잎을 다 떨구고 가지 끝마다 연갈색의 꽃봉오리만 매달고 있다.

 

맑은 날에 다시 찍어본 모습. 무성화의 꽃잎이 팔랑팔랑 나비의 날개같다. 


가을이면 수북히 쌓이는 낙엽들.

우리집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도 있고 이웃집에서 날아오는 것도 많다. 일단 우리집 앞에 있는 건 우리가 치워야 한다. 

 

낙엽 치우다 지쳐서 드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나무는 어떻게 햇빛과 땅의 힘만으로 저 많은 잎들을 매해 만들어 내는지 신비롭기 그지 없다. 

 

11월 말, 1월 초에 낙엽을 수거해가기 때문에 이렇게 한 곳에 모아 놓는데, 

아이들은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낙엽 더미에 점프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한번만 저 위에 누워보면 안되냐고 졸라댄다. 아이들한텐 모든게 다 장난감이다.

 

지난 주엔 하루종일 영하여서 밖에 나오는 건 끔찍이도 싫었던 날들이었는데, 

오늘은 해도 따스하게 나고, 솜이불마냥 보들보들한 바람이 불었다.  

 

날씨가 좋으니 집에만 있을 순 없지, 아이들은 낙엽 치워준다며 열심이다. 

 

아프리칸 데이지 잘라낸 자리에 튤립을 심어 이른 봄에 즐겨볼까도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버렸네..

튤립은 늦어도 10월 말에 심어 너무 추워지기 전에 뿌리가 자리를 잡을 시간을 주어야 봄에 꽃을 볼 수 있다. 

 

헝클어진 민트도 바닥까지 짧게 다듬었다

내년에는 다른 것을 심어볼까 싶기도 한데 겨울동안 연구를 좀 해야겠다.

 

다들 지상부를 떨구고 겨울 날 준비를 하는 와중에 

휴크라 Lime Marmalade는 봄마냥 초록이다. 덕분에 정원 한구석이 환하다.

 

같은 휴크라지만 Palace Purple은 잎이 거의 다 말라 떨어졌다.

내년에는 좀 더 그늘진 곳을 찾아주고 싶은데 저걸 혼자 다 파내려면.. 휴ㅋㅋ 

 

작약도 지상부는 다 시들었다. 올해는 심은 첫해라 꽃을 못 보았는데 내년에는 볼 수 있을지..

 

바로 옆에는 싱그러운 초록의 잎을 가진 Leucothoe. 미국에선 대략 류코토에라고 발음하는 듯 하다.

줄기와 새로 나는 잎은 핑크빛을 띄고, 잎에 무늬가 있어 Rainbow라 불리는 품종이다. 

너무 추우면 반점이 생기고 동해를 입기도 하지만 겨우내 초록을 자랑한다. 그늘을 좋아하며 봄, 여름에는 흰색 꽃도 피운다.

 

지난 겨울을 나고 검은 반점이 너무 많아 거의 죽을 것처럼 보였는데,

상처입은 부분을 다 잘라내고 비료를 몇 번 주었더니 이렇게 풍성하게 다시 살아났다.

내년 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한국보다는 봄이 더 늦게 찾아오는 이곳이라 지금부터 3월 초까지는 정원에서 할 일이 별로 없을 듯 하다. 

농한기라고 놀지만 말고, 3월부터 6월까지 엄청나게 바빠질 때에 대비해서 미리 공부도 해놓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 놓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