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일기] 9/18/2016 추석 즈음..

2019. 2. 1. 05:15정원일기

[정원일기]9/18/2016 추석 즈음..

 

올 여름은 덥기도 했지만 8월부턴 비 온 날을 한손에 꼽을 정도로 가물기도 했다.

모처럼 비가 시원하게 내리던 어느 날 뒷마당. 

주렁주렁 열린 산딸나무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산딸나무 열매도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나무에 매달린 것은 새들이 날아와 먹고.. 앵그리버드에 나오는 레드는 카디널을 보고 만든 듯..


 다람쥐들도 여전히 종일 나무에서 산다. 얘들은 열매가 익기도 전에 한그루를 다 해치우더니 이제 두번째 나무를 공략 중.

 

바닥에 떨어진 것들은 나비가 날아와 즙을 먹고..

 

그라운드호그도 와서 먹는다. 산딸나무 열매 먹고 어찌나 통통해졌는지.. 몸에도 좋다는데 너는 무병장수하겠구나.

 

멀치 위까지만 오면 좋은데 아이들 뛰어노는 잔디에까지 왔다갔다하는 건 좀 꺼림칙해서 

 

 

시간나면 잔디에 떨어진 걸 주워다 흙에다 던져놓곤 한다.

처음에는 어떻게 얘들을 못오게 할까만 생각했는데 이제 평화롭게(얘들이 내 의도를 알아준다면..) 같이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할 것 같다. 가까이만 가도 향내가 진동하는 맛있는 열매가 지천인데 나누어 먹어야지 어쩌겠나..

나 먹으려고 주운 거 아님 그라운드호그 먹이려고 주운거임ㅋ

 

 

산딸나무 효소가 몸에 좋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귀찮기도 하고 시간도 없고 해서 미루고만 있던 중

어느 날 엄마랑 통화하는데 조금만 만들어보지 그러냐신다. 엄마마마의 명이니 당장 받자옵겠나이다~

멀리 떨어져 사는 것도 불효인데 말이라도 잘 들어야지..

떨어진 건 그라운드호그가 왔다갔다 했을 것 같애서 나무에 달린 것을 따기로 했다. 대한민국 평균신장 여성인 나로서는 막대기를 동원해 힘겹게 따는 수밖에..

어렵사리 딴 열매들.. 꽃도 예쁘지만 열매도 색이 참 곱다.

 

꼭지를 떼고 깨끗이 씻어 물기 빼기..

빨갛게 익은 건 무르기 때문에 살살 다뤄야 한다.

 

상온에 6개월 발효시킨 후에 건더기를 걸러내고 6개월 이상 더 숙성시켜서 먹으면 좋다고..



미국 산딸나무도 열매를 맺었다.

독성은 없지만 대부분 매우 떫은 맛이 난다고 한다. 

 

가을은 열매가 익어가는 계절..

홀리 열매도 빨갛게 익어가고,

 

돌배도 열렸다. 

저게 한국배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더워서 여름내 미루던 잡초 제거 본격 개시..

이 Crabgrass는 잔디보다 훨씩 빨리 자라고 잠시 방심하면 금세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여간 골치거리가 아니다. 씨앗도 금방 맺어버리고 뿌리도 어찌나 쭉쭉 뻗어나가는지...

 

며칠에 걸쳐 쓰레기 봉지 가득 한 다섯 봉지쯤 뽑아냈나보다.

 

뽑고 난 자리에는 딴 잡초 씨앗이 날아와 점령하기 전에  잔디씨 뿌려주기..

스프링클러가 이틀에 한번씩 돌아가긴 하지만, 올핸 유난히 가물어서 따로 물을 줘야 했다.

잡초가 점령한 곳을 보면 한숨만 나오고 기운이 빠지지만, 다시 이렇게 잔디 씨가 싹을 틔우는 것을 보면 힘이 솟아나 다시 잡초를 뽑으러 다니게 된다.

 

인도 벽돌 사이사이에 난 잡초도 싹 제거하고, 돌가루를 부었다. 여기만 한 세시간 걸린 듯..

다리는 저리지만 속은 시원하다.

 

어느 날, 바닥에 초록날개 매미가 떨어져 있다.

 

날개를 파닥여보기는 하는데 날지를 못한다.

택배아저씨한테 밟힐까 싶어 흙 위에 올려주었는데 저녁때 가보니 그대로 있는 것이 생을 마감한듯ㅜㅜ 

올해는 정원에서 매미를 참 많이 만났다. 매미 종류에 따라 7년, 13년 주기로 엄청 많아진다는데  그 해인가..


장미는 정말 기르기도 쉽고 봄부터 초가을까지 쉬지 않고 꽃을 피워준다. 꽃의 여왕이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프루닝해주는 대로 모양도 쉽게 잡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이고..

초가을을 향해가는 지금, 온통 녹색뿐인데 얘들이 있어서 정원에 생기가 돈다. 색깔은 셋이 비슷하지만 꽃모양은 다 다르다.

 

5월에 하나에 2불인가 3불 주고 사왔던 아프리칸 데이지. 7센치짜리 화분 하나에서 이렇게나 자라났다. 10배는 족히 자란듯..

비료만 여름내 두 번 정도 주고, 데드헤딩해주면 초가을까지 끝도 없이 꽃을 피운다.

햇빛 잘 드는 곳에 심을 한해살이 꽃을 찾고 있다면 완전 강추!! 색도 흰색, 연핑크, 자주색, 노랑색등 아주 다양하다.

 

학기 초라 학부형 모임에, 아이들 액티비티 시작이라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바빠 송편도 못사다 먹었는데,

독일 출장 가는 남편 명절음식 하나라도 먹여 보내고 싶어서 전이라도 조금 부쳤다.

 

하늘을 올려다 본 시간은 달랐겠지만 여기에도 밝은 보름달이 떴다.

몸은 멀리에 와있지만, 마음만은 항상 그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