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일기] 05/02/2017 여유로운 봄날

2019. 2. 1. 12:05정원일기

[정원일기] 05/02/2017 여유로운 봄날

 

아침 일찍 눈이 떠진 날. 프렌치 프레스에 커피를 넣어 우리고(커피 머신이 고장나서ㅜㅜ) 뒷마당으로 나가본다. 

어제 친구랑 저녁 먹을때까지 놀더니 장난감은 그대로 두고 들어왔군.. 

활짝 핀 철쭉, 푸른 잎사귀들 사이에 빨간 당나귀ㅋㅋ


벌은 아침부터 분주하네.. 이 계절엔 먹을 것이 많아서 다행이구나..


새하얀 꽃잎이 참 싱그럽다.

 

빨간 철쭉도 볕 잘드는 쪽부터 울긋불긋~

 

분홍색 철쭉도 활짝 피었다.

 

우리집엔 철쭉이 꽤나 많은데, 철쭉을 보면 엄마,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기념일마다 아빠는 엄마에게 다양한 모양과 무늬의 철쭉을 선물하셨고, 급기야 베란다를 온실로 개조하고 선반까지 일일이 제작하셨었다.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철쭉을 사시는지 도통 이해가 안됐었는데 식물을 키워보니 이제 그 마음을 알듯하다.

 

클레마티스도 꽃을 많이 피웠다. 

작년엔 초봄에 너무 짧게 가지치기를 하는 바람에 꽃을 많이 못본터라, 지난 가을에 1미터정도로 길게 잘라주고 초봄에 비료 주고 기다리니 꽃망울이 정말 많이 맺혔다. 클레마티스는 세 그룹으로 나뉘지만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그룹 2. 가지치기하는 방법은 위에 말한대로 늦가을 60cm~1미터 정도로 잘라주면 가장 좋은 것 같다.

 

 

 

블루머랭 라일락은 자그마한 꽃을 피웠다. 색은 진한 보라색이라 미스김 라일락과 달라서 좋은데, 향은 글쎄.. 가까이서 맡으면 딱 추억의 그 향긴데 꽃이 너무 적게 열러서 그런지 멀리 퍼지진 않는다. 자리잡는데 2-3년은 걸린다고 하니 인내심을 가져야지...

 

 

꽃으로 뒤덮히는 나무도 있지만, 있는 듯 없는 듯 숨어서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다.

Burning Bush, 화살나무다. 

 

쉿~ 잎사귀 틈에 올망졸망 귀여운 연녹색 꽃이 한가득 숨어서 피고있다. 

 

 

호랑가시나무, 홀리는 봄, 가을 두 차례 꽃을 피우는데, 향기도 진할 뿐더러 벌과 나비가 정말 많이 보여든다. 이 옆을 지나갈 때면 벌 수십마리가 붕~하고 날아오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벌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큰 문제라는데 홀리 한그루씩 집에 심는 것은 어떨지.. 물론 그보다 살충제(농약)가 더 문제라지만..

홀리가 몇 그루 더 있는데 다들 이렇게 예쁜 꽃으로 벌들을 유혹하고 있다.

 

 

벌 개체수 감소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읽어보시길...

http://www.greenpeace.org/usa/sustainable-agriculture/save-the-bees/

며칠 비를 쫄딱 맞아 고개를 숙였던 꽃잔디는 그대로 져버리지 않고 다시 살아났다. 보라색 꽃잔디를 두 화분 사서 섞어 심어보았다. 내년에 더 예쁘게 자리잡히겠지... 4월초~5월 초의 일등공신이다. 

 

알리섬도 여러군데 나누어 심었는데, (아주 작은 포트에 심긴 걸 사서 아직도 많이 작긴 하지만) 신기하게도 개미가 엄청 많았던 곳에 심은 아이들이 제일 잘 자란다. 여기 심을때 개미들이 엄청 물어대고 난리도 아니었는데ㅜㅜ 땅속에 굴을 파서 공기가 숭숭~ 잘 통하게 해주니 좋은가보다.

 

옮겨 심은 호스타도 쑥쑥~

 

안옮겨심은 호스타도 쑥쑥ㅋㅋ 내년 봄엔 얘들도 나누어 심어야지..

 

이사 간 호스타들이 있는 또 다른 곳에는 옆집 겹벚꽃잎이 예쁘게도 날아와 앉았다.

 

햇볕에서 그늘로 옮겨준 휴크라(Heuchera)는 만세를 부르는 아기들마냥 잎을 하늘로 쭉쭉 뻗고 있다. 오늘 오후엔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는데, 그럴때면 안녕~하고 손을 흔드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작년에 떨이하는 화분으로 사와 심었던 Lily-of-the-valley도 다시 살아났다.스프링클러도 안닿고 큰 나무에 비도 가려져서 죽은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반갑다 반가워~

 

 

한 녀석은 조만간 꽃을 피울 기세.. 정말 기대된다!!

이정도면 한국에서 살 때 화분 못키운다고 마이너스 손이라고 두고두고 남편에게 놀림받았던 일은 잊어도 되겠지ㅋ

 

그리고 무서운 기세로 올라오고 있는 작약. 올해는 꽃망울이 꽤 많이 맺혔다. 

 

가을까지 쭉~ 예쁠 반질반질한 잎도 매력적이지만,

 

작약은 뭐니뭐니 해도 꽃이지..

통통하게 올라 향기로운 핑크빛 꽃을 피워주렴. 저금통에 든 동전을 꺼내 세고 또 세는 아이처럼, 이 아이들 옆을 지날때마다 꽃망울이 몇갠지 세고 또 세는 중ㅋㅋ

 

오늘은 아이들이 방과후 수업을 듣고,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 엄마가 픽업해서 데리고 오기고 한 날.

이렇게 꽃유람을 한바퀴 돌고도 잡초도 뽑고, 군데군데 살짝 놓친 가지치기도 하고 정원에 걸터앉아 아이스 커피도 한 잔 했으니.. 올들어 가장 여유로운 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