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봄- 코로나, 미국 셧다운..

2020. 5. 5. 12:15일상

이천이십년은 아마 지금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가장 잊을 수 없는 해가 될 것 같다. 1월 말쯤 중국에 코로나가 퍼질 때, 내가 일하는 연구실에서는 중국 유학생들에게 조심스레 가족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었고, 한달쯤 후에는 동료들이 나에게 너희 가족은 괜찮냐고 묻곤 했다. 이곳에도 곧 오겠구나 생각은 했지만, 한국처럼 선방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심하게 올 줄은 미처 몰랐다. 사실 남편이 2월 중순에 스위스 출장이 있었는데,  다녀와서 10일 정도 방에서 모든 일을 해결했고, 나는 삼시세끼 밥차려 위층으로 나르고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기에 코로나 걸리기도 전에 쓰러지겠다는 말도 안되는 투정을 하곤 했었다. 

 

이곳 뉴저지는 3월 중순부터 휴교를 했고,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원은 집에서 근무를 하게 해주어서 나도 하던 일만 마무리 하고, 며칠 후부터 재택 근무를 시작했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 직접 가서 해야하는 것이 주된 일이라 몸이 근질근질 하기는 하지만 집에서 놀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언제 하게될지도 모르는 실험을 위해 공부만 주구장창 하고 있는 중이다. 남편은 원래 컴터로 일하는 사람이니 집에서도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도 9시면 자리에 앉아 Google Classroom에 선생님이 올려준 자료를 보며 공부를 한다. 5학년인 첫째는 가끔 선생님의 안부 비디오를 제외하고는 주로 선생님이 올려준 자료를 보고 공부하고 숙제를 한다. 숙제가 많을 때는 오후 늦게까지 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학교 일과시간 안에 숙제까지 마칠 때가 많다. 3학년인 둘째는 올해 열정적인 선생님을 만나서 선생님이 매일 비디오 수업을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해 하는 중이다.

늘 배우던 스케이트나 수영은 다 닫아서 지금은 배울 수 없지만, 바이올린, 플룻 수업은 Skype 영상통화로 꾸준히 배우고 있는 중이다.   

미팅 없는 날은 세수도 안하는 엄마와 비교되는, 마당에서 책을 읽을 때도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둘째 따님.

화장실 휴지는 여전히 구하기 어려운 편이고, 키친타올이나 각티슈는 2주 전부터는 쉽게 구하고 있다.

식료품은 온라인 주문하고 집으로 배송시키거나, 주문후 시간에 맞춰 가서 픽업해올 수도 있다. 나는 가능하면 집밖을 아예 안나가고 팁을 더 내더라도 집으로 배송을 시키는데, 이날은 봉지에 한두개씩만 담았는지 이렇게 많은 봉투를 놓고 갔다. 숙련된 사람이었다면 5-6개면 되었을텐데, 아마도 새로 일을 시작한 사람이라 그랬겠지.. 이 난리통에 이 많은 봉투를 가지런히 너무 예쁘게 놓고 가주어서 기분이 묘했다.

식료품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고, 시간은 예전보다 많으므로 난이도가 높은 음식도 해먹는다.

밥하기 싫을 때 먹는 핫도그지만, 아빠표 수제 감튀를 곁들였다. 맥날보다 훨 맛있는 두번튀긴 감튀ㅋ

아이들도 재미있게 먹는 월남쌈. 고수는 내 전용.

손수담근 콜슬로에 직접 양념해서 그릴에서 구운 베이비백립. 

손이 너무 많이 가서 다음번엔 그냥 Houlihan's에서 주문해서 먹으련다ㅋ

남편의 주특기 요리라고는 라면과 피자밖에 없었는데, 

드디어 적성을 찾았나보다. 등심 간짜장. 집에서 담근 순무김치랑 무피클도 같이..

 

이곳에서도 대유행인 달고나 커피를 어찌 빼먹을 수 있으리. 매일 뜨아만 4-5잔씩 마시는 취향이지만, 우유는 따뜻하게 거품내고, 설탕 넉넉히 넣은 커피크림을 올려 먹으니 디저트도 필요없이 점심 먹고 입가심으로 딱이다.

 

남편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막걸리를 빚었다. 쌀 축내지 말라고 핀잔을 준 탓인지 결과물은 좋지 않아서 찔리는 중이다.

남편 회사 동료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망해서 동료들 집에 한병씩 배달하려던 꿈은 이룰 수 없게 되었다. 

 

아이들과 나는 작년에 따서 얼려놓았던 봉숭아로 손톱에 물도 들였다. 

 

초기에는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자며 동네 엄마들 단체 문자방에서 무지개 그림을 그려 창문에 붙이기 프로젝트도 했다. 딴 곳에 갈 수 없으니 동네를 산책하며 아이들한테 무지개 몇 개 찾는지 놀이라도 하자고... 울 딸들은 그런 놀이는 시시해할 나이지만, 그래도 집으로 날아오는 카다로그를 열심히 잘라 작품을 만들었다. (우리 집으로 날아오는 카다로그의 대부분이 꽃 채소 카다로그임을 확인한 날)

이곳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애들 생일 파티를 크게 하는데, 이제 모임을 할 수가 없으니, 꼬마들 생일날 신청을 하면 소방차가 빵빵거리며 와준다. 이웃들이 놀랄 수도 있지만, 다행히 울 동네 엄마들 단체 문자방으로 소통이 잘 되는지라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 축하해주었다.

 

밤에는 아이들 돌보는 고충을 토로하며 사진으로 건배를 하기도 한다. 

 

Super Red Moon 떴던 날엔 저녁먹고 다같이 마당에 앉아 달구경도 했다.

갑자기 덩치가 산만한 너구리가 나타나는 바람에 혼비백산 들어가야 했지만...

한국에서는 라쿤까페 같은 것도 있어서 귀엽게 생각하는 동물이지만 북미에서는 광견병에 걸린 너구리에 물려 죽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기 때문에 절대 조심해야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으니 동네에 여우며 너구리, 매도 자주 출몰하는 중이다.

교회에는 안다니지만 매년 봄을 축하하기 위해 이스터에는 이런저런 것들을 하곤 한다. 

시간이 많으니 일일이 색칠해서 오려붙인 배너도 만들게 하고, 

사탕이나 작은 장난감을 넣은 달걀을 숨겨놓고 찾는 Egg Hunt도 했다. 매년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왁짜지껄 에그헌트를 하곤 했는데 어쩌겠나.. 그래도 둘이라 다행이지..

배드민턴 네트를 사서 아이들이랑 치는데, 요놈들 이제 좀 컸다고 금방 는다. 어쩌면 기대치가 너무 낮아서일지도 모르지만ㅎㅎ

가끔 불장난도 하고 마시멜로도 구워먹고..

 

향후 경기에 따라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코로나 때문에 큰 걱정이 있지는 않으니 감사하며 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