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을 키우는 최선의 방법 - 튤립 키우기 : 심는 법, 관리법

2021. 4. 25. 10:58정원관리

튤립을 키우는 최선의 방법  - 튤립 키우기 : 심는 법, 관리법

 

이른 봄 가장 시선을 끄는 화려한 여러해살이 꽃, 초보자가 심어도 이듬해에는 반드시 화려한 꽃을 보여주는 꽃. 바로 튤립입니다. 

가느다란 줄기 위에 형형색색 탐스러운 꽃을 자랑하는 튤립, 이 튤립을  가장 잘 키우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튤립은 분류학상 여러해살이 식물이지만 튤립을 여러 해 키워본 정원지기라면 첫해에 그렇게도 예뻤던 꽃을 이듬해에도 같은 모습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계실겁니다. 첫해에는 더할나위 없이 화려한 꽃을 피우지만, 이듬해에는 꽃이 작아지거나 심지어 피지 않고 잎도 제대로 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요. 일단 이런 일은 당신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니 안심하세요. 튤립을 키워본 정원지기라면 모두가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지금은 네덜란드에서 독점하다시피 생산하고 있지만 사실 튤립은 히말라야와 터키가 원산지인 식물입니다. 튤립꽃이 피는 시기에는 선선한 기온을 유지하고 여름엔 매우 덥고, 겨울엔 아주 추운 곳이라고 해요. 그런 곳에서는 매해 같은 꽃을 피우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많이 키우는 품종과는 다른 품종인 탓도 있습니다. 이런 원산지의 튤립은 일명 species tulip이라고 하는 잡종교배가 되지 않은 튤립이고 지금 우리가 많이 키우는 튤립보다는 좀 덜 화려하고, 꽃잎이 작으며 뾰족한 특징이 있습니다.

 

Tulipa turkestanica 원래 튤립은 우리가 알고 있는 튤립과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지만 육종가들의 노력덕분에 지금처럼 화려한 꽃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source : gardenia.com

 

그런 튤립을 오랜 시간에 걸쳐 육종가들이 더 크고 화려한 꽃을 키우도록 개랑을 하고, 네덜란드에서는 다른 나라에 유출하지 않는 그들만의 기술을 통해 튤립 생산을 독점하기에 이릅니다. 구근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토양을 특별히 관리하고, 가을마다 어떤 가습 처리를 한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방법은 알려져 있지가 않습니다. 

 

튤립꽃이 피지 않는 이유는 튤립 자체의 특성이며 구근을 파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처음 샀을 때의 구근이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여러개의 구근으로 나누어져(자구 형성)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너무 작은 구근은 작은 꽃을 피우거나 잎만 몇 개 내고 꽃을 피우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이런저러한 배경은 뒤로 하고, 이런 걸 몰라도 괜찮은, 튤립을 키우는 최선의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심는 시기와 심는 깊이

튤립 구근은 첫 서리가 내리기 2주쯤 전에 심습니다. 한국에서는 10월 중순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화분에 심을 때는 더 늦게 심어도 괜찮습니다. 심을 때는 튤립 구근 높이의 3배 정도 깊게 심어야 꽃대가 실하게 자라며 너무 일찍 잎을 내어 동해를 입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2. 빛 

하루종일 해가 잘 드는 곳이 가장 좋으며 약간의 그늘은 괜찮습니다. 4월경에 20도 이상 올라가는 지역이라면, 오전에 해가 잘 들고 오후에는 그늘 진 곳에서 꽃이 더 오래 갑니다. 기온이 높으면 꽃이 일찍 져버리기 때문입니다. 꽃이 진 후에는 충분한 광합성을 해야하기 때문에  큰 나무 밑에 심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만일 화분에 심었다면 꽃이 있을 때는 오후에 그늘진 곳에 두었다가 꽃이 진 후에는 종일 해가 드는 곳으로 옮겨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3. 토양과 물, 그리고 비료

배수가 잘 되는 토양을 좋아하고, 약간 건조한 상태를 선호합니다. 진득한 토양이나, 겨우내 물이 머물러 있는 토양이라면 튤립 구근이 썩기 쉽기 때문에 꽃을 여러 해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잎이 나서 꽃을 보일 때까지는 물을 충분히 주는 것이 좋습니다. 

비료는 건강한 잎과 꽃을 보기위해 꽃이 피기 한두달 전, 내년을 위한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에 꽃이 진 직후에 유기농 비료를 주면 좋습니다.

 

4. 꽃이 피는 시기와, 꽃이 진 후의 관리 

지역 온도와 심겨진 곳에 얼마나 해가 드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로 3월 중순 - 5월 초 사이에 핍니다. 품종에 따라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다른데  species tulip은 좀 더 일찍 피고, 겹튤립의 경우 전반적으로 조금 늦게 피는 경향이 있습니다. 꽃이 지고나면 잎은 그대로 두고, 꽃대를 가장 아랫쪽까지 잘라주어 꽃대로 에너지가 분산되는 것을 막고, 잎이 충실히 광합성을 하도록 해야 이듬해에도 꽃을 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화분에 심었다면 잎이 지는 7-8월에 파내어 통풍이 잘 되는 그물망에 보관했다 심고, 마당에 심었다면 파내는 수고로움 없이 그대로 두어도 괜찮습니다.  

 

5. 튤립은 설치류와 사슴의 좋은 간식

쥐나 다람쥐는 튤립 구근을 파서 먹기 일쑤이고, 겨우 잎이 나오기 시작한 소중한 튤립을 사슴이 남김없이 먹어버리는 일은 제가 사는 뉴저지에서는 아주 흔한 일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 동물들이 드나들지 않는 곳에 심는 것이구요,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구근을 심은 곳에 철망을 덮어놓고 잎이 난 후부터는 철망 고깔을 씌워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뒷마당에 울타리가 있기 때문에 주로 뒷마당에 노지에 심거나 화분에 심어 꽃이 필 무렵 화분을 앞마당으로 옮깁니다. 

사슴이 주로 새벽녘에 내려오기 때문에 밤마다 알람 맞춰 철망 고깔을 씌워주며 애지중지 키운 튤립. 화분에 심어 뒷마당에 두었다가 꽃대가 올라온 후에 앞마당으로 이사.

 

이렇게 다 했는데도 2년차 3년차되면 꽃이 안핀다구요? 네 맞아요. 너무 예쁘고 탐나는 튤립이지만 이런 점에 배신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보통의 여러해살이 식물은 해가 지날수록 사이즈도 커지고 꽃도 더 많아지는게 정상인데, 하다못해 구근 크기도 비슷하고 피는 시기도 비슷한 수선화는 매해 점점 꽃을 많이 피우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꽃박람회나 튤립축제를 하는 곳에서는 꽃이 진 후 튤립 구근을 다 파서 폐기하고, 매해 가을 새로 사서 심는다고 해요. 그렇지 않으면 꽃이 너무 작고, 듬성듬성 피기 때문이지요. 

남편이 네덜란드 출장 갔다가 사온 Darwin Hybrid Mix. 첫해(왼쪽), 두번째 해(오른쪽), 가방을 사왔을 때는 등짝스매싱을 당했지만 튤립을 사왔을 때는 큰 칭찬을 들었다는 뒷이야기..

 

튤립 구근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이런 문제가 불보듯 뻔히 일어나겠지만 그래도 튤립은 너무 예쁘고 키워보고 싶은 꽃입니다. 그렇다면  포기할 부분을 포기하고, 할 수 있는 한 최적의 방법을 찾는 수밖에요. 

일단 위에 나열한 방법을 다 하실거라는 전제하에, 

 

1. 품종 선택에 신중을 기한다. 

개인적으로 튤립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방법은 한곳에 심은 구근이 모두 동시에 만개할 때라고 생각해요. 보통 튤립, 겹튤립, 알록달록한 색깔의 튤립을 섞어서 심었다고 해도 어떤 아이는 3월말에 피어 4월 중순에 지고, 어떤 아이는 그 이후에 핀다고 하면 심을 때 예상했던 화려한 디스플레이는 보여 줄 수가 없습니다. 한 곳에 한 품종만을 심거나, 내가 경험에 의해 피는 시기를 정확히 알고있지 않다면 전문가들이 엄선해 놓은 믹스 패키지를 구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올 가을을 위해 구매한  Tutti Frutti Mix **source:dutchgrown.com

모양이 각기 다른 흰 튤립만을 골라골라 심었건만 피는 시기가 너무 달랐던 경우. Fringed Tulip은 진작 피었건만 Green Tulip은 아직도 열릴 생각이 없다. 

 

2. 너무 적은 수의 구근을 심지 않는다.

튤립 구근이 싸지 않은 것은 참 고통스러운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구근을 3-5개씩 사서 심는다거나 일열로 쭉 나열해 심는다면 큰 만족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화분에 심는다면 15-20개(화분에는 좀 더 밀착해서 심어도 괜찮습니다), 정원 크기에 따라 최소 한 곳에 30-50개 정도는 모아 심어야 화려함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혹시 튤립 장사하냐구요? 제 소원이예요.ㅎㅎ 매해 가을 튤립 구근을 주문하며 눈물 흘리는 1인 입니다. 

화분에 심은 튤립과 스노우 플레이크  구근

 

3. 기본에 충실한다.

심는 시기, 심는 위치, 빛과 토양 비료 이런 것들에 세심히 신경을 써주면 첫해와 똑같지은 않더라도 많은 수의 튤립 꽃을 이듬해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4. 인내심을 가지고 기른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주먹만하던 구근은 꽃을 피우고 난 후 작은 구근 여러개로 나누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작은 구근은 이듬해에는 예쁜 꽃을 피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만 간격을 두어 구근을 나누어 심고 한 두 해 정성스레 기르다보면 다시 꽃을 볼 수 있습니다. 

 

5. 마음을 비운다. 

이렇게 쓰면서도 헛웃음이 나지만 애초에 심을 때부터 큰 욕심 없이 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물론 매년 새 구근을 사서 심을 수 있는 정원지기시라면 부러울 따름이구요.ㅎㅎ

 

마지막으로 예쁜 겹튤립 보고 가세요. 울 딸은 꽃만 보고 작약인줄 알았다고 하네요. 내년에 다시 와줄지는 모르겠지만 이 봄,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