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 여러 번 꽃을 피우는 식물

2021. 5. 16. 23:58정원관리

한 해에 여러 번 꽃을 피우는 식물

 

아름다운 꽃을 봄에도 보고 여름에도 보고, 가을에 또 볼 수 있다면 그만큼 행복한 일이 없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나무나 여러해살이 식물은 일년에 딱 한차례 꽃을 피웁니다. 그 시기를 놓치면 아쉽게도 그 해에는 아름다운 꽃을 구경할 수 없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그래서 식물애호가들은 매년 그 시기를 더 간절하게 기다리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다림의 아름다움을 배운다고 할까요..

한때 식물에 대해 공부를 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정원지기로 열심히 찾아보고 공부하는 중이라 세상의 모든 식물을 알지는 못하지만 조경에 쓰이는 식물의 많은 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기후는 제주도를 제외한 한국 대부분 지역을 기준입니다. 틀린 내용, 고칠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에 남겨주시면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르던 것을 알아가는 것, 그것 또한 정원놀이의 즐거움이니까요.

 

꽃은 식물에서 번식을 위한 기관입니다. 자식이 추위에 떨거나 얼어죽기를 바라는 생명은 없을테지요. 식물은 날씨를 따라 이동할 수 없기때문에 봄과 여름에 꽃을 피워 열매가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시기를 확보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예외적으로 눈속에서 꽃을 피우는 식물들, 크로커스, 스노우드랍, 수선화 등은 씨앗보다는 구근으로 번식을 하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도 꽃을 피울 수 있고, 아네모네처럼 늦가을에 피는 꽃은 씨로도 번식하지만 주로 땅속줄기로 빠르게 번식하기 때문에 봄여름이 아닌 시기에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독점기도 하지요. 또 이런 원리를 피하도록 진화 또는 육종된 식물들은 일년에 여러번 꽃을 피웁니다. 꽃은 피우지만 씨를 맺지 않는 식물들도 일년에 두 번 정도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덩굴식물 중에 이런 아이들이 더러 있습니다. 

 

먼저 일년에 한 번만 꽃을 피우는 식물부터 얘기해보겠습니다. 

구근식물은 일년에 단 한 번 꽃을 피웁니다. 튤립, 수선화, 히아신스, 크로커스 같은 구근식물의 입장에서 꽃을 피운다는 것은 구근속에 있는 에너지 대부분을 한 철을 위해 사용해 버리는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심을 때는 통통했던 구근이 꽃을 피운 후에는 작게 쪼그라지고 맙니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더 길게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광합성을 충분히 해서 이듬해에 쓸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나무에서 피는 꽃, 꽃이 크고 화려한 여러해살이 꽃이라면 일년에 딱 한 번 꽃을 피운다고 보시면 됩니다.

큰 나무에서 피는 꽃이라면 예를 벚꽃, 산수유, 산딸나무, 목련, 박태기나무 등이 있겠지요. 벚꽃같은 경우 이상기후로 인해 늦가을에 꽃을 피우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겠습니다.

 

꽃이 크고 화려한 작약도 일년에 한번만 꽃을 피웁니다.

관목, Shrub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나리, 진달래, 철쭉, 라일락, 꽃아몬드도 대부분 일년에 한 번 꽃을 피웁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육종을 통해 두 번 꽃을 피우는 라일락과 철쭉도 나와있습니다. Bloomerang Lilac 시리즈와 Ancore Azalea같은 품종이 대표적입니다. 

첫번째 개화는 봄에 시작되고, 두번째 개화는 늦여름쯤에 시작되나 대부분 처음처럼 꽃이 많이 열리지는 않습니다.

Bloomerang Lilac

 

Shrub의 경우 무궁화같은 것은 여러차례 꽃을 피운다고 할 수는 없지만 꽃을 피우는 기간이 다른 관목에 비해 상당히 긴 편입니다. 수국도 품종에 따라 꽃을 오랫동안 피우는 품종이 있구요.

 

 

여러해살이 식물 중에, 샐비어나 베로니카, 허밍버드민트, 일부 비어디드 아이리스 (Reblooming Bearded Iris), 일부 데이릴리(Reblooming Daylily) 덩굴식물인 으아리꽃과 인동초도 봄 가을 두 번까지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으아리꽃도 종류가 많은데 이 중 한여름과 그 이후에 피는 으아리꽃은 한 번만 꽃을 피웁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일단, 해가 잘 드는 곳에 심겨져 있어야 하고, 첫번째 꽃이 지고 난 후에 꽃대를 잘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덩굴식물의 경우에는 원래 크기의 1/2 정도로 잘라 새로운 생장을 유도한다면 꽃을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허밍버드민트, 비어이드아이리스, 으아리꽃, 데이일리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일년에 여러번 꽃피우는 식물하면 대표적인 식물이 장미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장미에도 여러 종류가 있기때문에 다 여러번 꽃을 피우지는 않습니다. '하이브리드 티(Hybrid Tea)' 품종이나, 'English Shrub Rose', 많은 수의 '덩굴 장미'는 플로리번다(Floribunda) 장미와 달리 한 번만 꽃을 피웁니다. 반면 낙아웃장미(Knockout Rose)로 대표되는 플로리번다 장미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쉬지 않고 꽃을 피웁니다. 장미는 너무 흔한 꽃이라 쉽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쉼없이 아름다움을 선사해주는 장미를 보고 있노라면 이래서 꽃의 여왕이라고 불리는구나 느낄 때가 많습니다.

플로리분다 장미와 덩굴장미

 

여러해살이와 한해살이의 사이에 두해살이 식물이 있지요. 디지탤리스나 접시꽃같은 경우 일년에 여러번 꽃을 피웁니다. 꽃이 지고 난 후에 꽃대를 잘라주면 그 옆에서 새로 꽃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디지탤리스

 

한해살이 식물 중에는 일년 내내 꽃을 피우는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화원에서 흔히 보는 팬지, 피튜니어, 제라늄(실은 펠라고니움)등은 봄부터 가을까지 쉬지 않고 꽃을 피웁니다. 일부의 품종은 진 꽃을 잘라주지 않아도 계속 꽃을 피우도록 육종이 되었지만, 대부분 진 꽃을 잘라주어 씨가 맺지 않도록 해야 식물은 종족보존을 위해 죽기 직전까지 꽃을 피우는 노력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식물에게 좀 가혹한 행동같기도 하지요.

 

일년에 한번만 피우는 꽃은 자연의 섭리를 일깨워주고, 헤어지고 또 만나는 행복을 주기에,

일년에 여러번 피는 꽃은 그 한결같은 신비로움을 선사해주기에 고마운 생명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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