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0. 01:31ㆍ여행
10일간의 스페인 가족여행 2023 Spain Day 8. 우여곡절 몬세라트 데이트립 Montserrat Day Trip
4/7/2023
바르셀로나의 Metro는 한국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시스템이 비슷해서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기차, 버스, 택시, 단거리 비행등 미국 시골에 사는 우리로서는 평소에 타보지 못하는 교통수단을 다양하게 이용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Montserrat에 가는 Renfe 기차는 한시간 마다 Plaça d'Espanya에서 출발하는데 우리는 9시 반 열차를 타러 출발. 숙소와 가장 가까운 Verdaguer에서 파란색 노선을 타고, 그린으로 갈아 타 Plaça d'Espanya 역으로 가기로 했다. 가족권인 T. familia 표를 사면 8번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왕복으로 쓸 수 있었다. 개찰구에서 표를 넣고 나오면 다시 집어 넣는 식으로 4명이 통과할 수 있다.
Plaça d'Espanya 에 도착. 초록색 클립 모양의 표지판을 따라가면 Renfe 기차 타는 곳이 나오는데 여기서 기차표, 또는 기차표+케이불카 or 산악기차표를 살 수 있다.
발권기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이 줄은 도무지 줄어들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발권기가 신용카드를 읽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그동안 스페인 어디서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Chase, BoA 카드가 하나도 먹히지 않아 결국 갖고 있는 현금에 맞춰 왕복 기차표만 구매하기로 했다. 원래는 기차표+케이블카 패키지를 사려고 했는데.. 우리만 이런 고충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 듯 보였는데, 역무원이 이리저리 분주히 다니며 도와준 덕분에 왕복표라도 무사히 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Montserrat 갈 때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 현금을 충분히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
플랫폼에 9시 20분쯤 내려갔는데 이미 9시 35분 열차는 한참 전부터 만석인 듯 보였다. 여기부터 한시간이라 서서가도 괜찮겠지 만만하게 봤는데, 예상치 못하게 큰 고전을 하게된다. 7살 이후로 통통배멀미 이외에는 한 번도 멀미라는 것을 해본적이 없는 나인데, 어제 먹은 샹그리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역방향으로 타셔였을까.. 온몸이 식은땀이 나고 속이 불편해서 빨리 내리고만 싶었다. 남편이 옆에서 산악열차+Funicular, 케이블카 예약을 하는데 하나도 신경을 쓸 수가 없다. 산악역차를 타는 역은 케이블카의 다음 역이라 한시 바삐 내리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야 했다. 봉지를 손에 꼭 쥐고 있었지만 민폐를 끼치지 않고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산악열차를 타고 굽이굽이 올라 수도원에 도착. 간단히 아침을 먹고, Funicular에 올랐다. Funicular는 수도원에서부터 몬세라트 산 정상까지 오르는데 탑승시간은 3분 정도?, 산악열차 표를 살 때 포함되어 있어서 편할게 탈 수 있었다. 케이블카 표에도 역시 포함되어있다고 한다.
등산화를 가져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빡세게 하이킹할 계획은 없었기 때문에 보통 운동화로 충분히 돌아볼 수 있었다. 우리는 한시간 코스인 San Jeroni코스를 반 정도 걸은 후에 다시 Funicular 탄 곳으로 걸어서 돌아가는 코스를 선택했는데, 여기에 바위 산에 둘러쌓인 수도원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세인트 미켈 전망대 (Sant Miquel Mirador)가 있다.
Mirador Sant Miquel에서 보이는 뷰.
한시간 반 남짓 하이킹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케이블카를 타보기로 했다. 표지판이 없어서 조금 돌아가야했는데 Mirador dels Apostols 쪽으로 향하는 길과 평행하지만 아랫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야 케이블카 타는 곳이 나온다.
몬세라트 역에 연결된 까페. 샌드위치 커피, 아이스크림등을 파는데 공식 휴게소도 아닌 곳이 이렇게 역이랑 연결되어 있어도 되는 건지 의문이ㅎㅎ
케이블카가 열차보다 훨씬 빠르게 내려가는 점은 좋았는데, 몬세라트 역에 다다라서야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먼저 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해진 시간보다 5분 정도 일찍 도착한 열차. 예상과 달리 사람이 거의 없어서 얼씨구나 하고 자리를 잡았다. 돌아가는 길에 또 멀미를 하지 않을거란 생각에 아주 큰 안도감이 들었다. 한참을 얘기하며 가는데, 기차가 멈추더니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왜이렇게 안타지? 우리가 있었던 곳은 Manresa라는 역이었는데 알고보니 반대방향의 기차를 잘 못 탄 것이었다.
다행히 우린 다른 일정이 없었고 기차는 곧 출발해 몬세라트에 다시 도착했다. 사람들이 물밀듯이 탑승해 기차는 Aeri de Montserrat 역에 도착하기도 전에 가득차고 말았다. 우리의 무지 덕분(?)에 시간은 더 걸렸지만 편하게 앉아 올 수 있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늘 실수하고 계획한 대로 되지 않기 일쑤인데 잘못 탄 기차가 늘 잘못된 곳으로 가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또 배운다. 늘 아등바등 일분일초를 재어가며 사는 나의 하루하루, 어떨 때는 이렇게 알아서 가게 두어도 되지 않을까..
아침에 심하게 멀미를 한 탓에 얼큰한 것이 먹고 싶어 숙소 근처 가마솥이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주문을 받는 서버에게서 완벽한 한국발음이 나와서 깜놀하고 얼큰한 순두부찌개로 속을 달랬다.
좀 돌아가고, 오래 걸렸지만 무사히 돌아온 숙소.